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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사수의 책임감에 관하여

by 소쟁이 2020. 10. 4.

본 글은 2020. 09. 11(토) 논산 훈련소에서 작성한 글을 재가공한 것이다.
특히, 초반 예시로 드는 부분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훈련병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는 사항일 수 있음을 밝힌다.

사수의 책임감에 대하여.
여기서 훈련을 못따라가는 훈련병을 질책하는 분대장은 없었다. 오히려 격려를 해준다.
영점 사격 때에도, 분대장은 '시간제한이 없으니 충분히 호흡하고 쏘라', '잘 쐈다', '잘하고 있으니깐, 눈 몇 번 깜빡이고 호흡하고 신중히 쏘라'등 격려를 한다. 
또한, 가장 늦게 격발하는 사람을, 모두들 아무말 하지 않고 숨죽여 기다려준다.
이것을 보고, 여기있는 분들 모두 각자 위치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책임은 무엇일까.
부모님께 효도하는것, 여자친구와 행복하게 지내는 것, 내 앞길을 잘 나아가는것,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는 것.
앞의 세가지는 나의 노력이 주요 작용 요인이지만,
후배를 잘 이끌어주는 것은, 후배가 잘 따라와줘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후배가 잘 따라온다는 것은, 똑똑하게 한번 말하면 잘 알아듣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실함을 기반으로하여 사수·부사수가 같이 난관을 극복해나가며 성장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후배가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사수의 능력 혹은 의지의 부족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가 기초개념이 부족하다고 불평하지 말고, 기초 개념을 다시 알려주면 된다.
기초개념을 알려줄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하지 말고 내 잠을 줄이면 된다.
잘 알지 못하는 후배를 잘 알도록 가르치는것.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것. 그리고 같이 성장해나가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수의 책임감이다.
책임을 피하는 행동을 하지도 말고, 말로 표현하지도 말자.

나는 내 책임을 묵묵히 행하면 된다.

개구리는 올챙이었다. 나도 그랬었고, 부사수도 이러고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가 잘 했던것을 기준으로, 혹은 현재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비교하지 말자. 
나도 못하고 못난점이 많다.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부사수의 단점이, 내가 가지고 있었던, 혹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자.

열심히 나와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부사수에게, "잘 해왔고, 잘 하고 있고, 잘 할꺼야" 격려를 해주자.